2025년 4월, 마동석이라는 이름 석 자가 다시 한번 한국 극장가를 움직인다. 그가 원안, 제작, 주연을 맡은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단순한 한 편의 영화가 아니다. 액션, 오컬트, 히어로물이라는 세 가지 장르를 결합한 복합장르물이며, 동시에 마동석표 콘텐츠 세계관 확장의 신호탄으로 기능한다.
하지만 결과물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화려한 기획과 탄탄한 배우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이야기의 일관성, 캐릭터 완성도, 장르적 신선함 등 다양한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현 한국 영화 산업이 마동석이라는 브랜드에 어떤 기대를 걸고 있는지, 또 마동석이 어떤 방향으로 한국형 프랜차이즈를 이끌어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
1. 마동석 : 브랜드가 된 배우, 그리고 제작자
마동석은 단순한 스타 배우가 아니다. 그는 기획자이자 제작자, 더 나아가 IP(지식재산) 중심의 산업형 콘텐츠를 이끄는 사업가에 가깝다. 대표작인 〈범죄도시〉 시리즈는 말 그대로 마동석 브랜드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다. 그는 자신의 근육질의 외형, 친근한 말투, 의리 넘치는 캐릭터성을 활용해 고유의 캐릭터군을 만들고 이를 반복, 변주하며 확장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이번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역시 같은 맥락 위에 있다. 히어로이자 구마 사제인 ‘강바우’는 마석도(〈범죄도시〉)와 길가메시(〈이터널스〉)의 교집합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마동석이 만들어낸 근육 히어로의 새로운 버전이자, 물리력으로 악귀를 때려잡는 구마 신부라는 설정은 기존에 없던 독창적인 설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2. 줄거리 개요 : 마동석판 오컬트 액션의 탄생
영화의 배경은 악을 숭배하는 집단의 세력으로 도시가 혼란에 빠진 근미래. 이에 맞서 싸우는 비밀 조직 ‘거룩한 밤 팀’의 이야기다. 주인공 바우는 과거의 트라우마와 싸우며 타락한 형제 같은 존재인 ‘요셉’과 대결한다. 요셉은 과거 같은 보육원에서 자라던 인물이지만, 악에 굴복해 강력한 숭배 집단을 만든다. 바우는 그의 조직을 무너뜨리기 위해 ‘샤론’과 ‘김 군’이라는 동료들과 팀을 이룬다.
기존 오컬트 영화와 달리, 퇴마 과정이 신비로운 의식이나 주문에만 의존하지 않고, ‘주먹’이라는 물리적 힘을 통해 진행된다는 점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차별점이다. 마치 〈범죄도시〉에서 마동석이 조직폭력배를 맨주먹으로 제압하듯, 〈거룩한 밤〉에서는 악귀를 물리친다.
3. 기획의도는 탁월했으나…
기획만 놓고 보자면 이 영화는 상당히 흥미롭다.
- 한국형 오컬트라는 드문 장르적 시도,
- 영화-웹툰-시리즈 확장을 통한 세계관 구축,
- 프랜차이즈화 전제로 한 캐릭터 구조,
- 여성 캐릭터의 적극적 서사 투입 등은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획의도가 결과적으로 완성도 있는 이야기로 연결되지 못한 점이 가장 큰 문제다.
4. 영화의 약점: 클리셰의 덩어리와 캐릭터 소모
▶ 과도한 혼종 장르
영화는 〈엑소시스트〉, 〈검은 사제들〉, 〈사자〉 등 기존 오컬트 영화의 설정을 베껴 쓴 듯한 인상을 준다. 구마 의식, 악령의 빙의, 종교적 대결 등 익숙한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고, 여기에 액션이 더해졌지만 유기적으로 결합되지 못하고 각 장면이 따로 노는 느낌이다.
▶ 인물 관계의 얕음
주인공 바우와 빌런 요셉의 과거 서사, 샤론의 등장 배경, 김군의 영입 과정 등은 모두 짧게 스쳐 지나간다. 특히 샤론과 은서의 대결이라는 여성 중심 서사는 영화의 후반부 주요 갈등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몰입감을 주지 못한다.
▶ 마동석의 활용도 저하
포스터나 홍보 영상에서는 마동석이 주연처럼 보이지만, 영화 내 비중은 생각보다 적다. 그가 전면에 나서서 사건을 해결하기보다는, 조력자 역할로 한 발 뒤로 물러나 있는 구조다. 관객 입장에서는 마동석 특유의 카타르시스와 액션을 기대했다가 실망할 수 있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 마동석 유니버스의 실험 정신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단독 영화로 봤을 때는 미완성에 가까운 작품일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영화계가 추구하지 않았던 ‘프랜차이즈화’라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의미 있는 실험이다.
마동석은 이미 〈범죄도시〉를 8편까지 기획했고, OTT 드라마, 프리퀄, 외전 등 다양한 확장을 준비 중이다. 이번 영화 역시 웹툰 ‘〈거룩한 밤: 더 제로〉’와의 연결, 후속작을 암시하는 열린 결말, 악의 집단과의 장기전을 전제한 설정을 보면 시리즈물로 발전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것이 분명하다.
6. 한국형 프랜차이즈, 그리고 마동석의 다음 단계
마동석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형 제작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진출이다. 실제로 그는 미국 할리우드와의 협업 프로젝트 <피그 빌리지>를 추진 중이며, 〈범죄도시〉 시리즈도 일본판 리메이크와 할리우드 버전 제작이 확정되었다.
이러한 행보는 한국 영화 산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기존에는 한 편 한 편 완성도 높은 영화로 승부하는 방식이었다면, 마동석은 IP 기반의 캐릭터 산업, 시리즈화 전략, 플랫폼 다각화라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K-콘텐츠의 글로벌 확장에 중요한 실험이기도 하다.
7. 결론: 아쉬운 완성도, 그러나 의미 있는 도전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분명 완성도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이야기의 산만함, 캐릭터의 얕음, 장르적 짜깁기는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며, 마동석의 존재감을 기대했던 관객에게는 실망을 안길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한 실패작이 아니다. 한국 영화 산업의 새로운 생존 전략을 실험한 작품이자, 마동석 유니버스 확장의 일환으로서 충분히 의미를 가진다. 지금은 비록 거칠고 덜 다듬어진 세계관이지만, 향후 프리퀄과 후속작, 다양한 플랫폼 확장을 통해 완성형에 가까워질 수도 있다.
마동석은 더 이상 한 명의 배우가 아니다. 그는 콘텐츠 브랜드이며, IP 산업의 전략가다.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그 실험의 일부이자, 앞으로 전개될 더 큰 그림의 시작일 뿐이다.
“실패한 오컬트 액션이 아니라, 성공을 향해 가는 프랜차이즈 실험의 첫 단추다.”